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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풍경들/일상의 풍경들

물놀이

요 며칠 한 여름의 찜통 속에 한반도가 갖혀 있는 듯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세상을 모두 익힐듯이 열을 뿜어내는 한낮에는 태양을 대면할 엄두도 못낸다. 그나마 열기가 3단에서 2단으로 바뀐  저녁에 (새벽이 1단 정도 되려나...당최 식지를 않아서...) 일이 있어 나간 김에 잠시 영일대해수욕장을 거닐었다. 열기가 아직 한창일때라서 그런지 포항 불빛 축제의 첫날 행사의 몇 시간 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파가 많지는 않았다. 

물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몇이 보였다. 순간 요즘 유행하는 추억놀이에  빠져 30여년 전 쯤 같은 곳에서 똑같이 물장난을 하며 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으레 그 땐 참 좋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때는 정말 행복했던가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때도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적에도 나에게는  참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그러한 고민들은  어느 순간 그냥 그렇게 별일 없었던 것 처럼 잊혔졌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추억은 지나간 세월을 아름답게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마법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 그것은 마법이 아닐 것이다. 그냥 그 때의 고민들은 내 인생을 가로막는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던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순간이 있었다고, 커다란 짐이 어깨에 눌려 있는 듯 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였지만 그것은 철 없을 때의 투정일 뿐 오히려 남들 보다 편한 인생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으로 그동안 불만과 괴로움으로 둘러쌓인 감정들을 다독여 본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나름 별탈없이 살아왔다는데 대해 감사해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고민들은 10년, 20년 뒤에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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