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내 2015. 7. 23. 03:16

몹시 습한 날이었다. 일기예보에서는 장마가 예상보다 느리게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아침 저녁 희뿌연 안개가 주위를 덮었고 더운 공기 속에 억눌린 물 알갱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대로 내 피부에 그대로 부딪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작은 물 알갱이들은 오후 내내 내 몸을 누르며 끈적였고 숨을 쉴 때마다 습한 공기가 허파로 퍼지며 답답함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저 멀리가 보이지 않는다. 눈에 성에가 낀 것처럼 주변이 흐릿해 졌다. 

하필 오늘은 그동안 대책없이 미뤄두기만 했었던 여러 일들의 데드라인이었다. 잠시의 평안에 머물렀던 그 동안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을 할 틈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바쁜사람인양 아침부터 요란하게 움직였다.오후가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서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쉽게 물러 날 것 같지 않던 안개가 걷혔다. 가뿐하다.다음 번에 만나는 안개는 내가 뛰어들고 싶은 포근하고 아늑한 안개이기를 바란다.